가을방학 - 인기 있는 남자애

어렸을 때 넌 재미있고
시끄러운 아이였고
남자애들 사이에선
꽤 인기가 있었지
하지만 한 번도 반장은
해본 적이 없었어
여자애들이 널
찍어 주지 않았으니까
하루는 녀석들이랑
뛰어다니고 놀다가 실수로
네 가방을 퍽하고 밟아 버렸지
꽉 찬 가방 속엔
교과서 공책 등과 함께
뜯지 않은 우유팩 하나가
들어 있었지
넌 오직 남자애들한테만
인기 있는 남자애였고
우유팩이 터졌을 때
걔들은 그저 멍청히
보고만 있었지
재빨리 책들부터 꺼내서
털고 닦고 가방까지 씻어다 준 건
그 전엔 단 한 마디도
너랑 해본 적 없었던 한 여자애였어
그 앤 작고 조용하고
안경을 낀 아이였지
걔가 널 왜 도와줬는지
넌 잘 모르겠지
혹시 널 짝사랑한 걸까
그건 아닐 거야 넌
남자애들한테만 인기 있었으니까
넌 오직 남자애들한테만
인기 있는 남자애였고
우유팩이 터졌을 때
걔들은 죄다 멍청히
보고만 있었지
어찌할 줄 모르던 널 도와준
그 애한테 고맙단 인사도 못한 너
그 아이의 이름도 잊어버렸다며
넌 지금 뭐가 좋아서 웃고 있니
2023. 10. 21. 토.
오랜만에 삼결살을 먹고 싶어 굽다고
후라이팬에 팔을 살짝 데였다.
화상은 아니지만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.
그 자국을 보고 있노라면
기억나는 어린시절 에피소드가 하나있다.
중학교 시절로 기억하는데
선생님이 선심을 쓰듯 허락한
과학시간에 달고나를 만드는 때였다.
다들 신나서 만들었고 있었고
나역시 달고나는 별로지만
알코올램프 등 과학실험 기구로 만드는 체험?이 좋았다.
근데 옆에서 혼자 열심히 만들던 한 여자 아이가
달고나를 젓던 나무젓가락을 흔들다가
달고나 일부나 나의 손에 날라와 붙었다.
당연히 뜨거웠고 나는 당황하며 꽤 아파했다.
찬물에 급히 담궜으나.. 통증은 그날 내내 이어졌던 것 같다.
그리고 다음날 그 여자아이는 미안하다며
화상약을 가지고 왔다.
근데 나는 이미 다 나았다며
그러려던 건 아닌데 퉁명스럽게
괜찮다고 거절했던 것 같다.
'그냥 그때 대충 발랐다면 좀 어땠을까'하는
생각을 했던적이 있었다.
손가락이 다친건 난데 풀이 죽어 돌아서 가던 모습이..
괜히 미안했다.
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
아침에 오자마자도 아니었고
내가 혼자 화장실을 가던 중이었나 그랬다.
어쩌면 그애는 나에게 화상약을 주기위해
타이밍을 혼자 보고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.
내가 그 애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고
그 여자 애 역시 나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.
근데 왠지 모르게
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끔 그날 일이 생각나곤 한다.
그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긴 하지만.. 뭐..
그냥 잘 살겠지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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